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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폭행 빈번한데도 보호격벽 설치 미진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1-03-03 08:10:05
  • 수정 2021-03-03 08: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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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용 부담·기사들 호응 낮아…“버스와 마찬가지로 의무화해야” 의견도

광주시는 택시기사 보호와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위해 택시 100대에 보호격벽을 시범 설치키로 했다. 설치 비용은 시가 80% 부담하고, 나머지 20%는 택시운수종사자가 부담한다.(광주시 제공)

운행 중인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나 이를 방지하기 위한 택시 내 보호격벽 설치는 미진하다. 비용 부담과 기사들의 호응이 낮기 때문인데, 버스와 마찬가지로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주행 중인 택시·버스 운전기사를 폭행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으로 입건된 사건은 2019년 2587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7건꼴이다. 실제 폭행사건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행 중에 택시·버스 운전기사를 폭행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운전기사 폭행사고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택시기사와 승객 간 갈등이 더 늘면서 승객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다 폭행으로 이어지는 일도 잦다. 

 

이런 가운데 택시기사 폭행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보호격벽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제대로 실현이 되지 않고 있다. 보호격벽 필요성에 공감하는 서울과 경기, 강원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했지만, 대부분 단발성에 그쳤다. 

 

서울시는 2024년까지 모든 택시에 보호격벽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아래 2019년 250대, 2020년 2500대, 2021년 2만대, 2022년 2만7540대 등 세부적인 설치 계획까지 세웠으나 2019년 236대를 끝으로 멈췄다. 지난해 120대에 보호격벽을 설치했지만, 이는 ‘코로나19 입국자 전용 택시’를 위한 것으로, 서울시가 당초 세웠던 계획과는 무관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상 한계와 택시기사들의 낮은 호응도 등으로 사업이 중단됐다”며 “지난해도 사업 수립에 앞서 보호격벽 수요를 파악했었지만 생각보다 수요가 많지 않아 포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보호격벽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는 게 많은 기사들의 이야기다. 한 택시기사는 “몇년전까지는 요금결제 시 불편하다거나 답답하다는 등의 이유로 기사들의 호응도가 낮았던 면도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위협도 있어 보호격벽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는 “보호격벽을 설치하고 싶은 기사들이 주변에 많이 있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망서리고 있다”며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는 지원사업을 재개하고 지원금액과 비중을 높여달라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보호격벽은 운전석 뒤 혹은 측면을 둘러싸는 투명 가림막의 얇은 아크릴판이지만 효과는 크다는 게 이미 설치한 기사들의 말이다. 보호격벽을 설치한 한 여성택시운전자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하다”며 “실제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 

 

시내버스의 경우 지난 2005년부터 보호격벽 설치가 의무화됐다. 택시는 지난해 6월 김영식 국민의 힘 의원의 대표발의로 택시 내 보호격벽 설치 지원 근거를 담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미국, 캐나다, 일본, 유럽 등에서는 택시기사 보호격벽이 대부분 설치되어 있다. 택시 내 보호 격벽을 설치한 도시에서는 운전자에 대한 범죄가 80∼90%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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