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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법무 차관, 택시기사 폭행…특가법이냐 형법이냐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0-12-22 07: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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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내사 종결에 비판 목소리 나와…판례는 특가법·형법 ‘혼재’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취임 전 변호사 시절에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심야 운행 중인 택시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취임 전 변호사 시절에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당시 경찰은 이 차관에게 형법상 폭행죄를 적용, 내사 종결했는데 경찰 조치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형법 대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차관은 변호사 시절이던 지난달 6일 밤 술에 취해 차에서 잠든 자신을 깨웠다는 이유로 택시기사를 폭행했다. 사건 당시 택시기사는 운전석에 앉은 채로 몸을 돌려 이 차관을 깨우다가 욕설을 듣고 멱살까지 잡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이틀 뒤 택시기사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처벌불원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이에 경찰은 이 사건을 특가법이 아닌 형법상 단순 폭행 사건으로 보고 내사 종결했다. 

 

형법 260조는 사람의 신체에 대해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피해자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아놓고 있다. 택시기사가 이 차관과 합의를 했으니 따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이 알려진 뒤 경찰 조치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형법 대신 특가법을 적용해야 하는데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가법 제5조의10은 대중교통 운전자에 대한 폭행 등을 가중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015년에는 ‘운전자가 여객의 승하차 등을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 조항의 특징은 형법상 폭행과 달리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가해자는 처벌을 피할 수 없다. 만약 경찰이 이 차관에 대해 단순 폭행죄 대신 특가법을 적용했다면 내사 종결은 불가능했을 수 있다.

 

논란이 일자 사건을 처리했던 서울 서초경찰서는 두 건의 판례를 공개하며 판단이 적절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판결(2008도4375)과 헌법재판소 결정(2015헌바336)이다.

 

두 판례의 핵심 내용은 ‘공중의 교통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계속적인 운행의 의사 없이 자동차를 주·정차한 상태에 있는 운전자에 대한 폭행의 경우 특가법 제5조의10이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건 발생 장소가 아파트여서 ‘공중의 교통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였고, 택시기사가 이 차관을 깨운 것은 하차를 위한 것으로 ‘계속적인 운행의 의사 없이 자동차를 주·정차한 경우’에 해당해 형법상 폭행죄 적용이 맞다는 게 경찰의 논리다.

 

하지만, 경찰의 설명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우선 피해 택시기사가 당일 영업을 더 이상 하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차고지로 복귀해야 하는데, 어떻게 ‘계속적인 운행의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또 국회가 2015년 특가법 조항을 개정하면서 ‘운전자가 여객의 승하차 등을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한다’는 문구를 넣은 입법 취지를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운전자 폭행은 상당수가 승하차와 같은 정차 상황에서 발생하는데, 경찰 주장대로면 상당수는 피해 운전자와 합의할 경우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택시 하차 상황에서 벌어지는 운전자 폭행에 대한 법원 판단은 어떨까?

 

하급심 판례를 살펴보면, 특가법 적용을 인정한 판례가 있는 반면, 형법상 폭행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판례도 있다.

 

의정부지법 형사13부는 지난 8월 택시기사가 요금 계산을 요구하자 욕설과 함께 폭행한 승객에게 특가법을 적용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2단독도 지난해 5월 택시요금이 많이 나왔다며 기사를 폭행한 승객에게 특가법을 적용해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서울동부지법은 2017년 12월 택시 요금을 지불하라는 기사를 폭행해 특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승객에 대해, 운행 중이 아니었던 만큼 특가법이 아닌 형법상 폭행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경찰은 “경찰 내 법조계 출신과 현직 변호사, 이 사건을 실무적으로 취급한 간부들을 중심으로 판례를 정밀하게 다시 한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이 논란을 잠재울 해명을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이용구 차관은 21일 “개인적인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이날 법무부 알림을 통해 ‘법무차관의 입장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입장문을 내고 “제 사안은 경찰에서 검토해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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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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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oung2020-12-22 08:41:21

    특가법 형법이 문제가 아니라 공직자가 될 자격이 없다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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