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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 실효성 논란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0-11-13 06: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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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고’ ‘유도’ 수준의 선언적 의미…현장 상황 반영 못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가 12일 택배기사들의 과로사를 막기 위해 1일 최대 작업시간과 오후 10시 이후 심야배송 제한, 주5일제 근무 확산 유도 등의 대책을 담은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을 발표했으나 벌써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에 대해 “현장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권고’나 ‘유도’ 수준에 머물러 선언적 의미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은 택배기사의 수익구조를 유지하면서 업무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게 핵심인데, 단순히 업무시간만 줄이라는 이번 대책은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이번 정책이 과로사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더 조장하게 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우선 업무량을 줄이면 택배기사 소득 감소는 피할 수 없어 택배기사가 스스로 물량을 줄이겠다고 기대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물량(건당 수수료)에 따라 택배기사 수입이 결정되고, 흑자 구역을 잡기 위한 기사 간 경쟁 등 기본적인 상황도 모르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주5일제가 시행된다면 처리해야 할 시간당 물량이 더 늘어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업무 구조상 토요일에 발생했던 물량이 그다음 주로 고스란히 넘어갈 수밖에 없어서다. 

 

과로사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휴일에 쌓인 물량이 몰리면서 업무량이 과도하게 급증하는 상황인데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한 택배기사는 “토요일 물량이 다음 주로 넘어가면 그 주 5일 내내 힘들어진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노동강도가 더 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처리 물량의 상한선 등을 설정하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택배업체들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택배 물량은 결국 소비자의 구매행위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 택배사 관계자는 “주말 배송을 원하는 인터넷 쇼핑몰이나 이커머스 등 시장의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며 “물량 제한을 위해 택배 이용 자체를 줄이도록 강제할 수는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택배기사와 대리점들은 택배비용 인상이 가장 현실적인 업무량 축소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건당 수익이 늘면 처리 물량이 줄어도 과거 대비 적정 수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택배사 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배송비를 올리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시장의 논리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 가격 결정에 정부가 나서기도 어렵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가격구조 개편방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지만,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대책에서는 택배기사와 업체 간 문제 중 하나로 거론되는 분류작업에 대해 의견 수렴을 거쳐 분류작업을 명확화·세분화하고, 앞으로 표준계약서에 반영해 합리적 계약 체결을 유도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추후 협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현재 택배기사들은 “분류업무는 택배기사 업무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반면, 택배사는 “분류업무는 배송업무에 포함되며 배송 수수료에 분류수당도 포함된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당장은 택배기사나 업체 누군가는 희생해야만 풀리는 난제다. 정부로선 특정 주체에 희생을 강요하긴 어렵다 보니 이번에 발표한 대책도 노사 간 자율 조정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이를 현장에서 지키지 않더라도 제재할 수단이 없다.

 

오후 10시 이후 심야 배송 제한과 관련해서는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배송업무는 오후 10시 전에 종료되는 데다 이미 한진택배·롯데택배도 중단하기로 한 만큼, 다른 업체들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택배업계는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세부적인 부분은 현장에 맞게 조정이 필요하다며 정부 대책을 당장 시행하기에는 검토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노동계에서는 대책이 모두 권고나 유도에 그쳐 실제 이행으로 이어지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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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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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wlee2020-11-21 03:59:53

    대책은 무슨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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