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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과로사…‘직고용’-‘요금인상’이 해답!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0-11-02 09: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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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자만 이익 보자고 택배기사 죽음 방치할 수는 없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지난달 12일 과로사로 추정되는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 모씨 장례식장 앞에서 추모 및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이은 택배기사의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택배사들이 개선책도 내놓고 있지만 사실 해답은 간단하다. 현재 지입제 방식의 특수고용노동자(특고)를 ‘직고용’으로 바꾸고, 이로 인한 비용증가를 요금인상으로 해결하면 된다. 

 

지입제란 택배사가 화주로부터 수주받은 물량을 계약 대리점에 위탁하고, 대리점은 화물차를 소유한 차주 즉 기사에 재위탁하는 형태다.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로 일하면서 일정한 구역을 정해 배송 상품 개수대로 수수료를 받는다. 

 

이 같은 방식은 택배기사가 많은 상품을 배송할수록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배송단가가 점차 인하되는 가운데 개인 택배기사가 업체와 수수료 수준에 대해 협상 또는 교섭할 여지가 없어졌다. 업체가 정한 수수료를 택배기사는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택배기사는 과로 예방을 위해 당장 노동시간을 줄이고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오히려 소득 감소를 막기 위해 더 많은 택배 물량을 처리해야 하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또 택배사는 벌금 부과 또는 계약 해지 등을 거론하며 당일 터미널에서 나오는 물량을 100% 배송하도록 강요한다. 이에 일감을 잃을까 두려운 택배기사들은 건강에 이상을 느껴도 배송 업무를 중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택배기사는 구역당 계약을 하고 있어, 배송 물량을 마음대로 조절하기도 어렵다.

 

주요 택배사들은 배송 인력의 대부분을 이처럼 지입제 기사들로 운영하고 있다. 지입제의 문제점은 과로에만 머물지 않는다. 개인사업자로 운영되는 특성상 불안정한 수입과 권리금, 이를 둘러싼 갑질 등 불합리한 관행도 여전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의 택배기사는 유서에서 “우리는 이 일을 하기 위해 국가시험에, 차량 구입에, 전용번호판까지(준비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실은 200만원도 못 버는 일을 하고 있다”고 그간의 생활고와 지입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와 달리, 사실상 택배업체 역할을 하고 있지만 법률상 전자상 거래업체인 쿠팡의 경우 지입제가 아닌 배달인력 ‘쿠팡친구‘를 직고용해 운영하고 있어 택배기사 과로사 해결책으로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들은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로서 4대보험은 물론이고 차량, 핸드폰과 통신비 등을 제공받고, 월급제로 일한다. 주 5일 52시간 근무를 하고 있으며, 연차 휴가 등도 제공돼 구조적으로 장시간 노동과 과로의 위험에서 벗어나 있다.

 

택배기사의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쿠팡과 같이 직고용을 통해 회사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 기사들이 호소하는 분류작업 부담, 산재보험 가입문제도 자연히 해결된다. 하지만 쿠팡처럼 직고용을 통해 운영하면 4대 보험을 비롯한 인건비가 급증해 택배회사들은 꺼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비용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 사실 국내 택배 단가는 너무 싼 편이다. 현재 국내 택배 단가는 박스당 2269 원으로 미국 페덱스 8달러90센트, UPS 8달러60센트, 일본 야마토 익스프레스 676엔 대비 1/4 수준에 불과하다. 

 

2000년 택배 평균 배송단가는 3500원이었다. 그 후 택배사 간에 과당경쟁이 심화되면서 한두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꾸준히 낮아져 2018년 2229원까지 낮아졌다. 2019년에는 2012년 이후 처음으로 평균 배송단가가 약간 올라갔지만 2269원으로 2000년대 초반보다 여전히 낮다. 

 

배송단가 인하는 택배기사의 장시간 노동과 휴식 없는 근무의 원인이 됐다. 택배는 고객서비스 차별화가 쉽지 않아 단가 경쟁으로 쉽게 이어지고, 택배기사 수수료도 함께 낮아진다. 택배기사는 소득 증가가 아닌, 기존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 많은 배송을 해야 한다.

 

평균 택배 단가 하락은 택배사 이익률 저하와 더불어 택배기사의 장시간 노동을 낳고, 이는 기업과 종사자 모두의 살을 갉아먹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택배업체들의 처리능력 이상으로 물동량이 폭증하면서 배송 지연 및 분실에 따른 소비자 불만 또한 높아지고 있다.

 

택배 서비스 개선을 위해 배송단가 인상이 시급한 실정이지만 소비자들의 저항과 택배사 간의 과당경쟁과 눈치보기로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소비자만 마냥 이익 보겠다고 택배기사가 죽어나가도록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최근 택배기사 처우개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지만 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좋아하는 소비자는 없길래 이런 분위기가 현실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이제 소비자로서 구매와 소비행동이 사회와 노동자의 근무환경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이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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