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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총량제’ 계획만 세우면 뭐해?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0-08-19 23:14:07
  • 수정 2020-09-04 11: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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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차 실적 지지부진 속 올해 4차 계획 수립 시행


택시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택시 총량제’가 헛바퀴를 돌고 있다. 재정을 투입한 감차정책이 턱없이 낮은 보상금으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택시업계 스스로도 감차 보상금 차액을 출연할 의지가 크지 않은 데다, 구속력 없는 자율감차 방식이라 한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시행된 택시 총량제는 전국 156개 택시사업구역별로 인구와 택시 대수 등을 고려한 적정 대수를 설정해 이를 초과하지 않도록 택시 대수를 제한하는 제도다.

 

택시 총량제는 각 시·도에서 5년마다 목표를 수립해 시행한다. 3차 택시 총량제(2015~2019년)에 이어 올해 4차(2020~2024년) 총량조사와 계획 수립이 예정돼 있다. 일부 시·도는 이미 총량제 계획을 발표했다.

 

문제는 그동안 감차 목표만 세웠을 뿐 실적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2015년 제3차 총량조사 당시 전국의 택시 대수는 25만5131대였다. 적정대수는 19만7904대로 5만7226대(22.4%)가 초과공급된 상태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올해 5월 말 전국의 택시 대수는 일반 8만6936대, 개인 16만4886대를 합해 25만1822대로 2015년에 비해 3309대, 1.3% 줄이는데 그쳤다. 

 

2015년 총량조사에 따라 계산된 적정대수보다 여전히 5만3918대나 과잉상태다. 지금 상태에서 연평균 1000대씩 택시를 감차하더라도 초과공급된 5만여대를 줄이려면 무려 50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7만1800대 택시가 운행되는 서울은 지난 3차 택시총량제에서 1만1831대를 감차하려고 했으나 2016년 50대, 2017년 24대 등 74대만 줄이는 데 그쳤다. 

 

경기도는 앞으로 5년간 18개 사업 구역(23개 시·군)에서 택시 4810대를 감차하고 7개 사업 구역(8개 시·군)에서는 141대를 증차하는 내용의 4차 택시총량제 계획을 최근 발표했으나 앞서 시행된 3차 총량제 계획 역시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계획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주고 있다. 

 

경기도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15개 사업구역(18개 시·군)에서 5275대를 줄이고 10개 사업구역(13개 시·군)에서 842대를 늘리려고 했으나 올해 5월 기준 감차 대상이었던 사업구역 대부분은 5년 전과 거의 동일한 대수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 감차에 가장 적극적인 지역은 부산시다. 부산시는 2016년부터 택시 감차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일반 649대, 개인 80대를 합해 모두 729대를 감차했다. 

 

올해도 일반택시 109대를 감차했다. 감차보상금은 대당 2800만원이다. 올해 감차에 투입된 예산은 30억5200만원으로 국·시비 매칭사업비 14억1700만원, 추가 시비 5억4500만원, 국토부 부가가치세 경감세액 10억9000만원이 투입됐다. 업계 출연금은 없었다.

 

택시감차 정책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턱없이 낮은 보상금’ 때문이다. 정부가 택시 면허를 사들이는 데 지원하는 금액이 국비, 지방비 합해 대당 13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업계 출연금을 거둬 쓰도록 했다. 

 

감차 보상금이 택시 면허를 양도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적어 택시사업자들이 면허를 반납할 유인이 낮은 데다 지자체 입장에선 보상금 재원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 업계 스스로가 감차 보상금 차액을 출연할 의지도 크지 않으며, 구속력 없는 자율감차 방식이라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국토부는 택시 감차를 위해 부가세 감면분의 5%를 택시 감차를 위한 재원으로 확보하고 택시감차보상재원 관리기관을 설립했으나 이 역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 택시 대수는 1990년(15만5981대)과 비교해 60% 이상 늘었다. 반면 택시 대당 하루 수송 실적은 79명에서 40명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택시 공급과잉은 운송 수입 감소를 초래하고,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져 또 다시 승객 감소를 초래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에 따라 새로운 택시 역할을 하는 플랫폼 운송서비스 차량이 나오기 때문에 사실상 전체 택시 수를 늘리는 결과를 가져와 국내 택시운송시장은 공급과잉이 오히려 더 심해질 수 있다.

 

결국 현재의 택시 총량제 정책을 유지하고 효과를 보려면 보다 강도 높은 감차 정책이 필요하다. 개인·법인에 대한 보상체계를 더 과감한 방식으로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택시 영업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 과거 공급자 중심의 감차 사업 기준을 이용자 데이터를 토대로 다시 세워볼 필요가 있다. 

 

또 회사택시보다는 개인택시 위주의 감차가 바람직하다. 현재 회사택시 가동률은 기사 부족 등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로, 놀고 있는 차량을 줄이면 감차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개인택시의 경우 고령화가 심한 만큼 보상만 잘 이뤄진다면 면허 회수 여지가 크다고 하겠다.

 

택시 총량제 계획만 세우면 뭐할까? 이미 일부 시·도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시행되는 4차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지지부진한 감차실적을 보였길래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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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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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wlee2020-09-02 16:17:59

    형식적인 교통행정이기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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