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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들, ‘첫 휴일’ 지내고 보니…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0-08-19 14: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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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쌓여있는 배송물량 여전히 과제로 남아…근본적인 과로사 방지대책 필요

18일 택배상자가 천장까지 높이 쌓인 경기도의 한 택배물류터미널의 모습

국내에 택배서비스가 도입된 지 28년 만의 첫 공식 휴일인 지난 14일 ‘택배 없는 날’은 택배기사들의 휴식 차원에서는 성공했지만 업무 과부화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실질적인 과로사 방지대책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택배기사들에게 휴식을 주자는 전국택배연대노조의 제안에 한국통합물류협회 회원사인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 등 대형 택배사와 공공기관인 우체국까지 호응해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하고 배송업무를 중단했다.

 

평소에는 토요일에도 근무했던 택배기사들은 주말을 포함해 사흘 휴가를 받았다. 공공기관인 우체국을 제외한 민간 택배사들은 임시공휴일인 17일부터 정상 업무를 시작했다. 우체국은 17일까지 휴무했다. 

 

택배 없는 날 이후 3~4일간 쌓인 택배 물량은 명절이 끝난 후 쌓이는 것처럼 평소보다 두배이상으로 늘었다. 한 택배기사는 “택배 없는 날은 택배노동자의 휴식권 보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연휴 기간 쌓인 물량을 처리해야 해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정부와 택배 본사 차원에서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방지대책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택배 없는 날에 쉬지 않은 쿠팡, SSG닷컴 등 전자상거래에 속한 기사들의 처우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택배 기사들과 달리 직접 고용형태를 취하고 있다. 365일 택배 서비스 제공 및 새벽배송이 가능한 이유는 인력공백없는 교대 및 주5일 근무를 하기 때문이다. 

 

쿠팡, SSG닷컴 등과는 달리 국내 택배기사는 대부분 건당으로 수수료를 받는 개인사업자다. 오전 6~7시에 출근해 물품을 분류해 차에 싣는 이른바 ‘까대기’ 노동으로 보통 네다섯 시간을 쓴 뒤 하루 300~400개 물건을 처리한다. 쉬지 않고 일하면서 저녁 8~9시가 넘어 퇴근한다.

 

이러한 노동 환경 탓에 쉬지도 못하고 병원에도 갈 시간이 없어서 과로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기사가 올 상반기에만 12명이다. 택배기사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휴가도, 야근수당도 없다. 주 40시간, 최대 52시간의 근로기준법과도 무관하다. 

 

이들은 “매일 CS(고객만족)점수를 관리해야 하고 배달 시간도 지켜야 하는 등 기사의 노동권을 보호하지 않는 본사 방침이 너무나도 많다”며 “정부와 본사 차원에서 기사들의 삶의 질을 생각하는 제도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배송수수료의 인상이 아니라 노동자로 인정받아 적절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것이다. 수수료조차 나오지 않는 까대기 노동,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현실, 대리점의 물량 압박 등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휴가는 택배기사의 장시간 노동문제와 과로사를 해결하고자 하는 첫걸음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 과로사를 막을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이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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