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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한국택시협동조합에 무슨 일이?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0-03-31 20:58:58
  • 수정 2020-04-01 08: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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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대 택시기사, 조합 내분으로 간부 몸에 불 붙여
  • 끝없는 내분과 대책 없는 경영적자로 파산위기 직면


▲ 서울 마포구 한국택시협동조합 차고지 모습.


국내 최초의 택시협동조합인 한국택시협동조합(일명 쿱 택시)에서 60대 택시기사가 회사 간부의 몸에 불을 질러 피해자가 온몸에 3도 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9일 새벽 120분경 서울 마포구 소재 한국택시협동조합 소속 기사 A씨가 재무담당 이사에게 인화성 물질인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지른 뒤 달아났다. 불은 약 15분 만에 꺼졌지만 사무실 일부가 불에 탔다.


조합 직원이 양동이로 피해자에게 물을 뿌려 사람 몸에 붙은 불은 급하게 진화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이 즉시 피해자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위중한 상태다.


범행 직후 달아났던 A씨는 이튿날 오후 11시께 마포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경찰은 목격자 등을 조사한 결과 조합 운영 문제로 이사회와 갈등을 겪던 A씨가 피해자에게 시너를 뿌린 후 불을 붙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coop) 택시로 알려진 한국택시협동조합은 박계동 전 국회의원이 사납금 없는 착한 택시를 표방하며 20157월 조합원 총 188(승무조합원 175, 출자조합원 13), 출자금 1구좌 당 2500만 원으로 설립했다.


출범 초기 쿱 택시는 90%를 넘는 가동률과 1인당 평균소득 월 265만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내면서 주목을 받았으나 출범 2년 반이 지나면서부터 내분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2018. 박계동 이사장의 출자금 유용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조합 내부는 반박파친박파로 양분돼 양 측의 고소·고발 남발로 멍들었다. 결국 반박파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사장 신임안을 놓고 표결에 부친 끝에 박 이사장을 해임했다. 이후 박 이사장 등 경영진은 검찰 조사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반박파의 선봉에 섰던 이일렬 씨가 새 이사장에 취임하고 새 집행부의 조합운영이 시작됐지만 또 다른 갈등이 일어났다. 이 이사장 역시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잇달아 고소·고발을 당하고 조합원들과 심한 갈등을 겪었으며 지난달 열린 임시총회에서 이 이사장도 해임됐다.


회사 운영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한 때 90%를 상회하던 가동률이 50%대 이하로 곤두박질치고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져 순손실만도 매월 1억 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부터 월급을 제 때 지급하지 못하면서 임금 수억원이 체불돼 조합원들의 삶이 엄청나게 피폐해졌다.


조합은 국민연금 등 4대 보험료 마저 제대로 납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 당시 188명이었던 조합원 수는 현재 90명으로 줄어들었다. 신규조합원은 더 이상 들어오지 않고, 퇴직조합원의 출자금 반환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쿱 택시의 주된 실패 원인은 조합원 간의 끝없는 분규 때문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모두가 출자금 비율과 관계없이 ‘11표주의. 51%만 장악하면 협동조합에서는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 그리고 경영권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세력들 간에 음해와 거짓이 난무하는 정치싸움이 그치지 않고 있다. 결국 쿱 택시는 끝없는 분규와 대책 없는 경영적자로 인해 파산위기에 직면하고, 조합원들은 출자금을 모두 날릴 지경에 이르렀다.


조합운영의 정상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차입금 조달이나 신규 조합원 가입, 차량 매각방안 등도 난관에 부딪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출범 초기 택시협동조합의 성공적인 질주에 힘입어 탄생한 전국 각지의 택시협동조합도 법인택시 기사들에게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불·탈법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조합원이 아닌 대표나 집행부의 이득을 얻는데 이용돼 사실상 지입택시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이다. 조합택시 설립과 폐업을 반복하거나 출자금을 제대로 되돌려 주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택시협동조합에 대한 대책 마련과 전면적인 정책 수정이 시급하다.


이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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