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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전액관리제 ‘혼란의 끝’은 어디?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0-03-29 14:51:25
  • 수정 2020-03-29 15: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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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부터 도입했지만 시행 업체들 극히 일부
  • 노사 모두 반발…월 기준금 놓고 유사 사납금제 논란



올해 1월부터 전국 택시회사들이 시행해야 하는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가 현장에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29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사납금제가 폐지되고 전액관리제가 도입됐지만(군 지역 제외) 이를 시행하는 택시회사들은 극히 일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액 관리제는 기사가 벌어들인 수입금을 모두 회사에 납부하고 회사는 노사 협의에 따라 정해진 월급(기본급+성과급)을 주는 방식이다. 반면, 사납금제는 기사가 정해진 액수를 매일 회사에 납부하고 일정한 월급을 받으며 나머지 수입금을 가져간다.


두 제도 모두 장단점이 있다.


전액 관리제는 경영의 투명성 확보와 기사 간 임금 편차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만, 불성실 기사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성실한 기사가 불성실한 기사와 비슷한 월급을 받게 되면 상실감을 갖게 되고, 기사들이 일을 게을리하면 회사경영에 부담을 주게 된다.


사납금제는 기사가 일정액을 뺀 나머지 수입을 모두 가져갈 수 있어 높은 영업 성과를 담보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과속·난폭 운행 등 무리한 운행을 하게 되고, 기사의 피로도가 높아져 사고 위험이 커지게 된다.


전액관리제는 사납금제가 택시 불친절과 승차거부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도입하게 됐으나 전국의 대부분 택시회사들은 전액관리제를 도입하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며 종전의 사납금제를 고수하거나 유사 사납금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택시회사들은 전액관리제 위반을 피하기 위해 일단 운송수입금을 전부 넘겨받은 뒤 사납금 이상의 금액은 다시 돌려주거나, 월 기준 운송수입금으로 이름만 바꿔 운영하고 있다. 월 기준 운송수입금에 미달하면 월급이 깎이고,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기사와 회사 측이 64, 또는 73으로 분배한다.


월 기준 운송수입금을 채택하고 있는 서울시내 택시회사의 예를 보자.


지난해 서울시내 회사택시 1명당 하루평균 사납금은 138000, 월평균 사납금은 약 350만원(26일 만근 기준)이다. 이 경우 기사가 한 달 동안 벌어들이는 총 매출(월 평균 약 480만원)에서 사납금을 제외한 초과 이익과 월 기본 급여(120~130만원)를 합한 금액이 기사들의 총수입이 됐다. 250만원이다.


전액관리제 시행에 따라 올해부터 운송수입금 전부를 납부하면 기사들은 기본 급여를 기존 보다 60~70만원 인상된 190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월 기준 운송수입금 역시 종전보다 60~70만원 오른 410만원 이상을 맞춰야 한다.


기사들은 기본급이 올랐다고 하지만 월 기준 운송수입금 자체가 올라 이 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상여금 및 해당일의 승무수당 등을 받을 수 없어 기본급여가 깎인다. 사실상 종전의 사납금제와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 영업시간이 5시간30분 이상이면 월 기준금에 상관없이 월급을 준다고 하나, 현실적으로 이 시간 이상을 채우기 힘들다. 월 기준금이 이보다 많을 경우 60%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으나 종전 사납금제보다 실제 수입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운송수입금을 많이 올리는 기사들은 월 기준금의 초과분 40%를 회사가 갖고 가는 것도 불만이지만 월급이 인상되면서 건강보험료 등 4대 보험 부담료가 같이 올라간 점도 불만스럽다. 사납금제에서 사납금 초과금은 소득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기사들은 해당 부분만큼 이득을 볼 수 있었고 4대 보험 부담료도 적었기 때문이다.


또 기사들 중에는 채무불이행자가 꽤 많아 월급이 법정 최저생계비(185만원) 이상으로 올라가면 압류당할 것을 우려한다. 이로 인해 수입이 높은 기사일수록 택시를 그만두고 대리운전 등으로 빠져나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기사들은 종전과 똑같이 일하면서도 더 낮은 임금을 받게 돼 기존 사납금 때보다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의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택시회사들은 대부분 처음부터 전액관리제에 반대했다. 택시운송업은 배차 후 운전기사가 사업자의 감독과 통제에서 벗어나 영업을 하는 특수성이 있어 운전자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 전액관리제 시행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기사 각자가 벌어들이는 수입금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일정액의 월급을 달라는 것은 결국 적자 도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택시회사 사장은 월 기준금 책정은 운전기사의 불성실 근로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책이라며 400만원 조금 넘는 기준금은 현재 택시 운행과 수입상황을 고려할 때 절대 무리한 수준이 아니다. 기준금 초과 금액에 대해 60%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성실근로자를 독려하기 위한 조치이고, 나머지 40%는 월급제 도입에 따라 늘어난 회사의 간접비용을 충당하는데 쓰인다고 말했다.


택시회사들은 특히 현재 운전기사가 태부족인 상황이라 성실, 불성실 기사를 따져 기사를 쓸 수도 없는 형편이라며 전액관리제를 보완 또는 유예하거나 재정지원, 세금감면, 택시요금 인상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택시 전액관리제는 노사 모두가 큰 반발을 보이며 사실상 법 개정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택시발전의 방향성은 맞기 때문에 제도 정착을 위한 과도기적 단계로 보고, 전액관리제를 수정하는 계획 없이 추진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전액관리제 시행의 가장 큰 문제는 노사 양측의 잘못된 인식이라며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십 년 간 이어져온 오랜 악습이 단번에 바뀌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노사 모두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기사는 회사 소속의 근로자다. 운송수입은 모두 회사 것이 돼야 하고, 근로자는 월급과 성과급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맞다기존에 열심히 수입을 올린 기사들이 일정부분 손해를 보는 측면도 있지만, 택시산업 발전을 위해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월급제를 통해 서비스 개선을 이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전액관리제 시행이 부진하고 월 기준금이 유사 사납금이라는 논란이 일어나자 운송수입금이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기본급여를 깎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운송수입금 기준액의 명칭이나 형태를 불문하고 기존 사납금 방식과 유사하거나 변형된 형태의 사납금 방식은 불가한다는 것이다.


전액관리제를 위반하면 택시회사와 기사에 과태료가 부과된다. 1회 위반 시 과태료 500만원, 2회 위반시 1000만원이 부과된다. 3회 위반하면 과태료를 포함해 감차명령까지 내려진다. 택시기사도 50만원의 과태료를 문다.


택시 전액관리제가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현재와 같은 혼란이 지속된다면 정부·지자체와 택시 노사 갈등이 더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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