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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타다 무죄” 판결…택시업계 ‘멘붕’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0-02-19 16: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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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 단위 계약하는 초단기 렌터카, 이용자는 여객 아닌 임차인”


▲ 이재웅 쏘카 대표(가운데)와 타다 운영사 VCNC 박재욱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타다가 합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오자 택시업계가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 타다에 대한 불법 판결을 기대했던 택시업계는 있을 수 없는 일” “법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됐다며 분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박상구 부장판사)19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타다 운영사인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 각 법인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숨죽이고 재판을 지켜봤던 택시기사 등 방청객들은 재판장이 무죄를 선고하자 일제히 불만을 터트렸다. 150석 규모의 417호 대법정을 가득 메웠던 방청객 중 일부가 고함을 지르자 마이크를 사용하는 재판장의 목소리도 묻혀버렸다.

 

한 택시기사는 판결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면서 이게 어떻게 무죄가 될 수 있느냐. 이것도 판결이냐며 소리쳤다. 분노를 못 참은 한 택시기사는 법원에 휘발유를 부어 태워버리겠다고 말했다.

 

일부 택시기사는 재판장을 향해 욕을 했으며 신변을 비관하는 택시기사들의 울부짖음이 법원에 울려퍼지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법정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평소보다 많은 수의 경위들이 대기했다. 이들은 재판장의 판결문 낭독 후 소란을 벌이는 택시기사들을 발빠르게 법정 밖으로 퇴정시켰다.

 

이재웅 대표와 박재욱 대표는 법정에서 택시기사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시간을 두고 법원을 빠져나왔다. 양측 간에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타다 서비스는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분 단위 예약으로 필요한 시간에 주문형 렌트를 제공하는 계약 관계로 이뤄진다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렌터카 서비스라고 정의했다.

 

타다 이용자는 실질적으로 운행을 지배하지 않는 만큼 임차인이 아닌 승객이라는 검찰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이용자와 쏘카 사이에 법적으로 임대차 계약이 이뤄진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택시 영업의 증표라며 근거로 제시한 이동거리에 따른 과금등은 기술 혁신 등으로 최적화된 이동 수단 제공을 추구하는 모바일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하면 본질적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타다 이용자는 임대차 계약에 따라 초단기 임대한 승합차를 인도받은 사람으로, 운송계약에 따라 운송되는 여객이 아니다라며 고전적 이동수단의 오프라인 사용에 기초해 처벌 범위를 해석하고 확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법리에 비춰 허용되지 않는다고 결론 지었다.

 

아울러 재판부는 여객법의 처벌 규정과 예외규정이 만들어진 과정을 짚기도 했다. “차량 공유 활성화와 규제 완화 차원에서 예외가 확대된 점과 모빌리티 서비스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타다 서비스가 여객을 유상운송하는 효과를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설령 타다 서비스가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이재웅·박재욱 대표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내놓았다. 타다 운영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운전자 알선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해석을 답변하며 어떤 행정처분도 하지 않았고, 서울시 역시 불법 판단 이전까지는 단속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타다의 운행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서울 택시의 매출이 증가했다는 사실도 거론했다. 타다가 혁신적인 모빌리티 사업이므로 검찰의 시각처럼 기존 운송업을 기준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 역시 일부 수용했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면서 택시 등 모빌리티 산업의 주체들이 규제 당국과 함께 고민해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계속될 재판의 학습효과이자 출구전략일 것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선고 후 박재욱 대표는 우리 사회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모빌리티 생태계를 더 잘 만들어가기 위해 택시업계 등과도 상생하고 협력할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검찰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타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운전기사가 딸린 11인승 승합차를 호출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차량 공유업체 쏘카로부터 VCNC가 렌터카를 빌려 운전기사와 함께 다시 고객에 빌려주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검찰은 타다가 면허 없이 불법 콜택시 영업을 했다고 보고, 두 법인과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반면, 타다 측은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기사 딸린 렌터카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라고 맞서 왔다.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여객법과 시행령 조항에 관한 해석에서 타다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여객법은 임차한 사업용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에 사용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다만, 시행령은 예외규정으로 1115인승 승합차의 경우에는 운전자 알선을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이 문제가 되자 국토부는 의원입법을 통해 11~15인승 승합차의 운전자 알선 허용 범위를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 빌렸을 때,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일 때 등으로 제한하는 여객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뒤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이며 2월 임시국회의 처리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총선을 앞두고 있어 개정안은 이번 국회에서 자동폐기될 전망이다.


택시업계의 한 관계자는 설마 했는데 타다 무죄 판결이 나올지는 예상하지 못했다타다가 무죄라면 여객법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며, 누구나 택시영업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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