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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대대적 택시 공세…정주환 대표의 본심은?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9-12-05 12:42:31
  • 수정 2019-12-05 19: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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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의 정의감? 아님 분풀이? 또는 사업가의 탁월한 감각?




전국에 있는 거의 모든 택시회사를 직접 방문했는데, 대부분의 택시회사가 영세한 데다가 운영하시는 분들이 IT(Inform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를 아예 모르기 때문에 설득이 매우 어려웠다. 대부분의 택시회사 사무실에 들어가면 일단 컴퓨터가 없고, 벽에는 왠지 모르게 항상 태극기와 커다란 국내 지도가 걸려있었으며, 갈색 소파 4개로 둘러싸인 테이블 위에는 항상 재떨이가 있었다


카카오모빌리티 정주환 공동대표가 지난 2016922일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스마트 모빌리티 국제 콘퍼런스에서 한 말이다. 그 당시에 그는 카카오 O2O 사업부분 총괄 부사장이라는 타이들을 달고 있었다. 택시업계의 후진성을 그대로 표현한 그의 말에 청중들은 다 같이 폭소를 터뜨렸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필자도 쓴 웃음이 절로 나왔다. 과거 서울시가 택시회사들에게 엑셀 파일의 보고서를 일괄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는데 대부분 택시회사에서 엑셀을 사용할줄 아는 직원들이 없어서 외부에 위탁해 처리한 사실이 생각나서다. 현재도 80~90년대식으로 운영되는 택시회사들이 여전히 많으며, 엑셀만 쓰더라도 매우 선진화된 택시회사라고 할 수 있다.


많은 택시 기사분이 연세가 있어서 카카오 직원들이 직접 사무실이나 충전소에 나가서, 기사용 앱을 일일이 한 분 한 분의 스마트폰에 깔아드리고 사용법을 알려드렸다.” 이날 정주환 대표는 카카오 택시를 서비스하기 위해서 겪었던 고생과 에피소드를 소개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생각과 고민을 담백하고 솔직하게 털어놨다는 게 청중들의 평가다.


그런 정 대표가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산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왜 출시했는지 의문이지만 그는 택시업계의 대규모 항의집회와 기사들의 분신자살을 접하면서 마음 고생을 엄청나게 했고, 상처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억울하고 분해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를 확실한 방향으로 잡고 막강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택시운송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배경에는 이 같은 정주환 대표의 마음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국내의 많은 산업 중 가장 낙후된 산업의 하나인 택시운송산업을 개선하고 싶다는 사명감, 또는 잘못된 것을 고쳐보고 싶다는 정의감이랄 수도 있겠다. 어쩌면 분하고 억울한 것을 풀어보려는 분풀이의 발로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아니면 낙후된 분야인 만큼 발전 가능성을 크게 보는 사업가로서의 탁월한 감각이 작용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까지 7개의 택시회사 인수에 이어 최근 2개 택시회사와 추가계약을 완료하면서 총 892대의 면허를 확보했다. 이들 택시는 카카오가 운영하는 택시가맹운송브랜드 카카오T블루확장에 대거 투입되고, 대형택시 카카오벤티로도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수도권을 넘어 지방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자회사 KM솔루션이 대구의 택시운송가맹사업자인 ‘DGT모빌리티와 협약을 맺고 이 지역에 카카오T 블루서비스를 개시했다. 내년 1월부터는 경기 성남시에서도 460여 대의 카카오T 블루를 운행할 예정이다.


거대 택시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모습을 보는 기존 택시업계의 마음은 편치않다. 카카오의 공격적인 사업 행보에 영업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택시산업은 정상적으로 이익을 내기가 쉽지않은 구조인데다 시장 또한 한정돼있어 결국 파이를 누가 얼마나 가져가느냐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데 누가 이길지는 자명하다는 것이다.


카카오가 수입을 올리기 위해 운전기사 쥐어짜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월급에 콜은 쉴 틈 없이 들어와 식사할 시간은 물론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고 기사들은 울상이다. 카카오T블루 운행대수가 늘어나지 않는 이유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정 대표는 코엑스 발표 끝마디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제 부친께서도 은퇴하고 택시기사 일을 하셨기 때문에, 택시기사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한다. 열악한 택시업계와 낙후된 시스템을 카카오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통해 개선하고 싶다며 청중들의 마음을 찡하게 했다고 한다.


택시운송산업의 현실과 업계의 입장을 이해하고 택시서비스 문제를 해결하고 향상시키려는 것이 그의 진심이기를 필자는 믿고 싶다. 카카오가 기존의 영세한 택시업계를 파괴하고 말살시키기보다는 국내 많은 산업 중 가장 낙후된 산업의 하나인 택시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필자는 진심으로 바란다.


이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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