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현행 배기량(cc) 중심의 자동차세 체계를 차량 가격(가액) 기준으로 전환하고, 사업용차량 세율 조정 등 자동차세제 전면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장기 렌터카 자동차세 인상 움직임을 놓고 렌터카 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업용차량이라는 현실을 무시하고 자동차세 인상을 강행할 경우, 단순히 렌터카 사업자의 세 부담이 늘어나는 차원을 넘어 최종적인 부담이 일반 이용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행 배기량(cc) 중심의 자동차세 체계를 차량 가격(가액) 기준으로 전환하는 전면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영업용차량 세율 조정도 추진하고 있는데 렌터카 역시 이 틀 안에서 함께 다뤄질 전망이다.
행안부는 한국지방세연구원을 통해 자동차세제 개선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구체적인 지방세법 개정 및 제도 정비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 렌터카는 영업용 차량 요율을 적용받아 일반 자가용 대비 현저히 낮은 세금을 내고 있다. 만약 일정 기간(예: 1개월 이상) 대여하는 장기 렌터카를 자가용 기준으로 과세할 경우, 배기량이나 차량가액에 따라 세 부담이 수 배에서 십수 배까지 급증할 수 있다.
렌터카업계는 자동차대여사업용 차량을 일반 자가용과 동일한 관점에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렌터카 사업자는 차량을 단순히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법령에 따라 등록기준과 차고지, 의무보험, 차령 제한, 차량충당연한 제한, 차종 제한, 번호판 규제, 교통안전관리규정 제출 등 각종 의무를 부담한다.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비용과 차량 유지·관리비용 역시 일반 자가용에 비해 상당하다.
또 렌터카사업은 다수의 차량을 상시 보유해야 하는 장치산업 성격이 강하다. 차량을 먼저 대량으로 취득하고 금융비용과 보험료, 정비비, 감가상각비 등을 부담한 뒤 수년에 걸쳐 대여료를 통해 비용을 회수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영업용 자동차에 별도의 자동차세율을 적용해 온 것은 단순한 세제상 특혜가 아니라, 사업용 자동차가 공공적 이동수단과 산업 활동에 제공되는 생산수단이라는 점을 고려한 정책적 판단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차량 가격과 보험료, 정비비, 인건비, 금리까지 상승하면서 중소 렌터카 사업자의 비용 부담은 상당히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부과되는 자동차세까지 인상될 경우 결국 일정 부분은 렌탈료에 반영될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최종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될 수밖에 없게 된다.
박성호 서울자동차대여사업조합 이사장은 “영업용 자동차 세제는 사업자가 차량을 생업과 영업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각종 법적·행정적 규제를 부담한다는 점을 감안해 마련된 제도”라며 “이를 단순히 자가용과의 세율 차이만 놓고 형평성 문제로 접근해서는 제도의 본래 취지를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자동차대여사업조합은 최근 렌터카 자동차세 인상 논의와 관련해 국회와 정부기관 등을 방문해 자동차대여사업의 특수성과 현행 영업용 자동차 세제의 입법 취지를 설명하며 인상안에 신중 검토를 요청했다.
과거에도 정부는 대여 기간 1개월 이상의 장기 렌터카에 자가용 세율을 부과하려다 업계의 전방위적 반발과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의 이견으로 입법을 유보한 선례가 있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고가 친환경 렌터카의 급증, 차량 가격 기준의 자동차세 개편안 추진 등 과세 환경이 크게 변한 만큼, 정부의 징세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해 정책 확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