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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무형문화재 제128호 지정 김동식 匠人 - 절제된 예술성으로 멋과 여유 고스란히 담은 전주 합죽선
  • 기사등록 2015-09-14 14:56:28
  • 기사수정 2015-09-14 14: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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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된 예술성으로 멋과 여유 고스란히 담은 전주 합죽선


중요무형문화재 제128호 지정 김동식 匠人




국내 최초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

합죽선이란 자루가 달린 부채인 단선과는 달리 손잡이가 따로 없이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부채를 말한다. 합죽선은 얇게 깎은 대나무 껍질 2개를 붙여 살을 만들고 그 위에 종이를 바른 부채로 고려시대부터 한국의 대표 공예품이었다. 신분의 차이에 따라 부채의 장식을 달리할 정도로 우리 민족에게 부채는 바람을 일으키는 물건을 떠나 멋과 예술을 담은 특별한 예술품이었다. 광복 이후 전주에서만 합죽선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문화재청은 지난 7월 선자장을 중요무형문화재 제128호로 신규 지정하고 김동식 명인을 국내 최초 보유자로 인정하였다.

“제 고향인 가재미 마을은 전통적으로 부채 장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던 곳으로 1960년대까지 약 30호 정도가 부채를 생산하였습니다. 14세가 되던 해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합죽선을 가업으로 이어오던 외가(외조부 라학천)에서 합죽선 제작 기술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외삼촌들의 칭찬 한마디에 마음 벅차하던 소년이었습니다. 지금도 솜씨가 좋으신 외조부 곁에서 온 가족이 부채를 만들던 모습이 떠오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김 장인의 외조부는 고종 황제에게 합죽선을 진상할 만큼 뛰어난 합죽선 장인이었다. 김 장인은 1965년부터 외가에서 독립하여 독자적으로 공방을 꾸며 외가의 가업을 4대째 대물림하고 있다. 또한, 아들 김대성 씨가 5대를 이어가기 위해 기술을 수련해 보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고집스러운 장인정신과 한국의 전통문화가 고스란히 스며든 소중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더욱 빛내가고 있다.




멋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합죽선, 예술의 혼을 실어내다

고종 황제에게 합죽선을 진상하던 외조부의 정성을 본받아 그는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고의 부채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의 부채를 만드는데 때로는 4일의 시간이 걸릴 만큼 그 과정은 지난하고도 아름답다. 1123년, 송나라 서긍이 고려에 와서 보고 들은 바를 그림과 글로 기록한 <고려도경>에는 고려 사람들이 겨울에도 부채를 들고 다니는 모습에 놀랐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태종은 명나라 사신에게 부채 100자루를 선물했다고 한다. 그만큼 부채는 우리 민족에게 생활용품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하나의 예술작품이었다. 부채는 본시 바람을 일으켜 더위를 쫓는 데 쓰지만, 합죽선에는 산수화·사군자 등을 그려 넣어 미술적 또는 골동품적 가치를 지닌다. 부채 하나를 만드는 데 100여 개의 과정을 거쳐야 할 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는 특히 최고급 멋을 내기 위해 부채 머리 부분의 곡선을 중요시하게 생각한다. 김 장인이 만든 부채의 머리 부분은 만지면 부드러우면서도 선이 곱고 전체적으로 은은한 멋을 풍겨 많은 이들에게 최고의 부채로 손꼽히고 있다.

김 장인은 “부채를 보러 오신 분들이 합죽선을 손에 쥐시고는 정말 사랑스럽고 편안하게 손에 감긴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럴 때마다 고단함을 잊고 큰 보람을 느끼며 선조들의 노력까지 함께 떠오릅니다.”고 말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손에 쥐었을 때 평온함을 느끼게 하는 좋은 부채가 최고의 작품이 아닐까. 김 장인은 선조들의 가르침과 오랜 시간 홀로 터득한 기술을 더 하여 조화롭고 작품성이 풍부한 부채를 만들어내고 있다.




후계자 계승 위해 전수관 설립 등의 지원 절실하다

김 장인은 국내 유일의 선자장으로 인정받기까지 고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까다로운 조건의 서류를 작성하는 데만 1년 8개월의 시간이 걸렸고 5명의 서류 절차 합격자 중 1차 시험에 유일하게 합격했다. 부채 하나를 만드는데 4일의 시간이 걸렸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자장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김 장인은 “일생을 바쳐 합죽선을 만든 외조부를 비롯한 집안의 어른들, 지금까지도 부채를 만들고 있는 모든 장인을 대표해 인정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으로서 누구보다 큰 책임을 실감하고 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앞으로 합죽선의 맥이 끊이지 않고 영원히 보존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전통공예에 큰 자부심으로 합죽선 만드는 기술을 전수 받고자 하는 제자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혀 전수생활을 선뜩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후계자가 되겠다고 나서도 전수를 해줄 장소도 마땅치 않으며, 봉급조차 제대로 줄 수 없는 실정이다. 정부에서 중요무형문화재를 지정해준 까닭은 무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무형문화재의 인멸을 막고 후세에 전승하기 위함이 크다. 김 장인은 앞으로 정부의 도움을 받아 전수회관을 세워 합죽선 기·예능의 전수에 힘쓰고, 영상을 통해 제작과정을 학생들과 일반인을 통해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학교에 방문하여 부채 만드는 과정을 시연해 학생들이 교과서로만 접했던 전통공예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전통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예인들이 존재해야 그것을 보존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인들에게 전시 발표 및 시연의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주고 부채를 소모할 수 있도록 도와야 우리 전통의 소중함을 많은 이들이 잊지 않을 것이다. 또한, 외국 귀빈들에게 합죽선을 선물해 우리나라 전통문화상품을 알리는 데도 큰 몫을 하고, 명절 등의 뜻 깊은 날 선물을 하는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전통공예품을 제작하는 예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중요무형문화재에 선자장 첫 보유자로서 김 장인은 앞으로도 긍지를 가지고 후계자 계승과 합죽선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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