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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택시, 이대로 망하나…수입 감소·인력난 여전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3-02-23 13: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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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교통 보호벽이 장벽으로 작용…정부, ‘택시 위상 정립’ 결단 필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

국내 법인택시들이 수년째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있다. 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아 이대로 가면 폐업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12월 심야 할증요금이 오르고 올해 2월부터 기본요금이 인상됐으나 법인택시의 수입감소와 운전기사 부족난은 여전하다. 

 

서울 택시회사들은 기사 부족으로 가동률이 평균 30%대다. 서울택시조합에 따르면 지난해말 운전기사 수는 2만599명으로 3년 전인 2019년 말 3만527명에 비해 무려 32.5%가 줄었다. 기사 부족으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M회사 등 몇 개 회사는 휴업 상태다. 

 

법인택시 기사 부족난은 전국적이다. 전국택시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택시기사 수는 지난해 말 7만2852명으로 2019년 말 10만2302명보다 28.8% 감소했다. 이 기간에 법인택시 수와 보유대수도 1672개사에서 1651개사, 8만6924대에서 8만4385대로 각각 21개사, 2539대가 줄었다. 

 

서울 A택시업체 대표는 “최근 3년간 누적 적자가 18억원에 달해 경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대부분 회사들이 벼랑 끝에 몰려 있으며, 파산 직전에 놓여있는 회사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서울택시조합 관계자는 “기사들이 대거 줄어든 상황에서 사무직원 월급, 차량 부품비 등 각종 고정비는 매년 오르고 택시연료인 LPG 값은 치솟아 서울 택시회사 254곳 모두 적자를 보고 있다”며 “매각을 하려고 해도 양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휴업을 고려 중인 곳이 많다”고 밝혔다.

 

◆운전기사 처우 개선 위한 대책은?

 

법인택시의 지속적인 경영난은 운전기사 부족 때문이다. 택시기사들은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 기본급에 인센티브를 더해도 200만 원 내외의 월급, 심야시간대에는 취객들의 만행에 노출된 업무 환경 등으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다른 업계로 떠나버렸다. 

 

전국택시노조연맹 관계자는 “문제 해결의 핵심은 기사 처우개선”이라며 “현재 영업시간과 기준수입금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에서 제하는 ‘유사 사납금제’가 많은데 전액관리제 월급제를 제대로 시행하면 그만둔 택시기사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액관리제는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내고 월급 형태로 임금을 받는 방식이다. 회사에 일정 금액을 수납하는 ‘사납금제’가 무리한 운행을 야기한다는 비판에 따라 기사 처우 개선을 위해 지난 2020년 전면 시행됐다.

 

법인택시가 겪고 있는 현재의 기사 부족난은 회사가 자초한 면이 크다. 하지만 회사는 회사대로 할 말이 많다. 전액관리제를 도입하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으며, 기사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수익률 개선이 시급한데 현행 요금체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서울 B택시업체 대표는 “전액관리제 시행 결과 4대 보험 등 간접비 증가와 과세로 인해 회사와 기사 모두 실질 소득이 감소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수입이 1.5 배는 증가해야 하는데 현행 요금체계에서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요금 올라도 파이는 그대로...오히려 ‘택-택 갈등’

 

업계는 택시요금이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과 함께 공공요금으로 묶여 물가안정법상 제재를 받고 있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대중교통은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만, 택시는 손실보상이나 지원 없이 요금 등 여러 면에서 통제를 받고 있어 불만이 높다. 

 

서울시의 2월 택시요금 인상에 맞춰 경기도와 인천시도 빠르면 3월부터 요금을 올릴 예정이었지만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억제 품목에 묶여 하반기로 미뤄졌다. 택시요금은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과 관련 훈령에 따라 지자체가 2년마다 조정하도록 돼있지만, 이것이 지켜진 적은 한 번도 없다.

 

요금이 올라도 법인택시는 개인택시 부제가 해제되면서 되레 궁지에 몰렸다. 부제 해제로 원하는 시간에 근무가 수월해진 개인택시 기사들이 승객이 적은 평일 낮 운행을 줄이고 수입이 높은 늦은 밤에 집중적으로 나오면서 법인택시 영업에 타격을 주고 있어서다.


전국택시노조연맹 서울본부는 지난 21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법인택시기사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인택시 부제 해제로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며 개인택시 부제 재시행을 요구하는 '택시 노동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전국 택시 대수는 지난해말 기준 모두 24만9063대다. 이중 개인택시는 16만4678대(66.1%)로 법인택시(8만4385대.33.9%)의 두배에 달한다. 요금이 올랐어도 수요가 떨어지면서 전체적인 파이(수입)는 큰 변동이 없는 상황이라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를 놓고 경쟁이 거세지며 ‘택-택 갈등’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 대중교통 아니라면 자율경쟁에 맡겨야

 

업계 일각에서는 요금을 비롯해 택시 운영과 공급 등 회사에 경영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그동안 택시를 통해 부족했던 대중교통 공급을 보완해왔다. 대신, 면허 제도를 도입해 택시업계의 경쟁을 막고 보호해왔다. 하지만 그 보호벽은 이제 법인택시의 수익성 제고와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가 요구하는 자율경영방안의 하나가 ‘리스제’다. 택시 리스제는 회사가 일정 자격을 갖춘 개인에게 면허를 대여해 주는 제도로 기사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전국택시연합회 관계자는 “탄력적 기사 공급을 가능하게 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근로와 임금 형태를 다양화해 기사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스제는 노조 측도 찬성 입장이다. 전택노련 관계자는 “과거 도급택시 부작용을 알지만 오죽하면 노조가 리스제를 찬성하겠냐”며 “현행 임금체계에서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리스제는 택시 주무 부처인 국토부와 개인택시 프리미엄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개인택시업계의 반대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통전문가 대부분은 “택시가 대중교통 정책 틀 안에 있는 한 확장 기회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대로라면 시장에서 실패의 늪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결국 법인택시 생존을 위해서는 정부도 법인택시에 경영 자율권을 보장하고, 택시 사장들도 자본을 활용해서 위험을 감당하며 더 큰 수입을 창출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택시요금은 택시의 주수입원이지만 매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요금을 올리기는 어렵다. 또 요금인상 요인의 정당성과 합리성만으로는 국민 모두에게 공감을 얻을 수도 없다. 결국 소비자 스스로가 택시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수입을 노사가 나눠야 하는 법인택시는 특히 차별화한 서비스를 통한 수입 증대가 필요하다.

 

정부는 법인택시를 망하게 그대로 둘 것인가? 정부는 그동안 택시를 대중교통 차원에서 통제해왔다. 요금인상 억제와 승차난 해소에만 신경 쓰고, 법인택시 기사 처우 개선과 가동률 제고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법인택시를 살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택시의 위상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결단이 필요하다. 택시가 대중교통이 아니라면 자율경쟁에 맡기고, 대중교통이라고 하면 그에 준하는 지원을 해야 한다. 법인택시가 거대한 격랑의 흐름 속에서 제 갈 길을 찾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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