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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도로 시속 50km 제한에 운전자들 반발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0-12-28 07:38:58
  • 수정 2020-12-28 07: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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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제 운전 환경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 비판 일어


“좁은 도로면 몰라도 편도 4차선 이상의 넓은 도로에서 시속 50km 이하로 주행하라는 게 현실적으로 말이 됩니까?”

 

서울시 일반 도로의 제한속도가 일률적으로 시속 50km로 하향 조정되자 일부 운전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운전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20일부터 서울 전역 주요 도로의 제한속도를 최고 시속 50km로 하향 조정했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일반 도로의 제한속도는 내년 4월 17일 전에 시속 50㎞ 이하로 바뀐다. 지난해 4월 일반 도로는 시속 50㎞ 이내, 이면도로는 시속 30km 이내로 제한하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2년간의 유예 기간을 뒀는데 서울시는 이를 앞당겨 적용하는 것이다.

 

운전자들은 “모든 일반 도로에 시속 50km 이하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다. 운전자들은 “사대문안 등 어차피 차가 막히는 지역은 불편하진 않으나 보행자가 없는 고가도로나 편도 5·6차선의 넓은 도로까지 시속 50km로 제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택시 운전기사들의 불만은 더욱 높다. 택시기사 A씨는 “택시 승객들은 대부분 바쁜 사람들인데 속도를 못 내면 승객과 기사가 모두 답답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그렇지않아도 코로나19 때문에 죽을 지경인데 이번 조치는 택시영업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B씨는 “차가 없는 밤에도 제한속도가 시속 50km로 똑같은 건 말이 안된다”며 “도로 성격이나 상황에 따라 탄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단속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속도를 내다가 갑자기 속도를 시속 50km 이하로 줄이면 급격한 감속으로 인해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도로 성격을 구분하지 않은 일률적인 제한속도 하향은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외국의 경우 보행자가 많은 도로는 제한속도를 시속 50km 정도로 하되 간선도로까지 그렇게 제한하지 않는다”며 “서울 시내 간선도로의 기능은 도시 내 빠른 연결인데 이런 도로도 일률적으로 속도를 통제한다는 건 그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일반 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50km로 하향 조정한 이유는 교통사고 시 치사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서울시 기준 안전운전 불이행, 신호위반, 안전거리 미확보 등 사고 원인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위반 유형의 치사율은 1% 내외이다. 하지만 속도위반으로 인한 사고의 치사율은 무려 22.55%에 달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조사에 따르면 보행자가 시속 60km로 주행 중인 자동차와 충돌했을 시, 보행자 사망률은 90%에 달한다. 하지만 50km 주행 시 사고 사망률은 50%로 감소한다. 30km까지 속도를 낮추면 사망자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할 정도로 대폭 감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들이 제한속도의 하향 조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비율이 전체 사고 원인 중 매우 낮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서울시에서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3만 9258건이다. 이 중 속도위반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102건으로 전체의 0.25%에 불과하다. 

 

이처럼 과속이 실질적으로 서울시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는 일은 매우 드물어 제한속도의 하향 조정에 대한 효과도 불확실한데다 구체적인 대안 없이 단순히 일률적으로 제한속도만 낮추었기 때문에 운전자들의 반발심을 사고 있다. 

 

자가용 운전자 C씨는 “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안전운전 불이행, 안전거리 미확보, 신호위반 등 운전자의 부주의와 교통법규 미준수때문”이라며 “대형사고를 일으키는 음주운전에 대한 단속 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운전자 국민의 불편은 감안하지 않은 채 단순히 전국 일반도로의 제한속도만 줄이는 정부의 처사가 불만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이면도로도 시속 30㎞로 하향 조정됐다. 다만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내부순환로, 동부간선도로 등 자동차전용도로는 현행 제한속도인 시속 70~80㎞가 유지된다. 

 

구청에서 관리하는 자치구도는 시속 30km를 기본속도로 설정하되, 보행자 안전이 필요한 구간은 시속 20km를 유지해야 한다. 제한속도 변경에 따른 과속 단속은 유예기간 3개월을 두고 내년 3월21일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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