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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문제 핵심은 돈!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0-12-03 19:06:36
  • 수정 2020-12-03 19: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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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배기사들이 요구하는 개선사항 1위는 수수료 인상
  • 단가 올리지 않고서는 정부 대책 맹탕 될 수밖에 없어

터미널에 쌓여 있는 택배상자들.

정부와 택배회사들이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택배 문제의 핵심은 배송 수수료 인상이라는 것이 택배기사들 설문 조사에서도 잘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나 택배회사들은 배송 수수료 인상 같은 핵심 이슈는 피하고 있어, 대책들이 맹탕이 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고용노동부가 택배기사 18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택배기사들이 요구한 개선사항 1위는 배송 수수료 인상(31.4%)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정부가 권고한 분류작업 전문인력 증원(25.6%), 택배 주5일제 도입(22.4%) 등의 순이었다.(해당 문항은 복수응답 허용)

 

그런데도 정부와 택배회사들 대책에는 사실상 배송 수수료 인상이 빠져 있다. 배송 수수료 인상은 실제로 택배기사들의 과로 방지에 무엇보다 필요한 조치다. 수수료 인상 없이는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해야 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현재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우리나라 택배 단가는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싼 편이다. 현재 국내 택배 단가는 박스당 2269원으로 미국 페덱스 8달러90센트, UPS 8달러60센트, 일본 야마토 익스프레스 676엔 대비 1/4 수준에 불과하다. 

 

2000년 택배 평균 배송단가는 3500원이었다. 그 후 택배사 간에 과당경쟁이 심화되면서 한두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꾸준히 떨어져 2018년 2229원까지 낮아졌다. 2019년에는 2012년 이후 처음으로 평균 배송단가가 약간 올라갔지만 2269원으로 2000년대 초반보다 여전히 낮다. 

 

배송단가 인하는 택배기사의 장시간 노동과 휴식 없는 근무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택배는 고객서비스 차별화가 쉽지 않아 단가 경쟁으로 쉽게 이어지고, 배달 수수료도 함께 낮아진다. 택배기사는 소득 증가가 아닌, 기존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 많은 배송을 해야 한다.

 

평균 택배 단가 하락은 택배사 이익률 저하와 더불어 택배기사의 장시간 노동을 낳고, 이는 기업과 종사자 모두의 살을 갉아먹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택배업체들의 처리능력 이상으로 물동량이 폭증하면서 배송 지연 및 분실에 따른 소비자 불만 또한 높아지고 있다.

 

택배 단가 인상은 당연히 쉬운 문제가 아니다. 택배 회사들은 치열한 경쟁 때문에 개별적으로 인상에 나설 수 없으며, 화주들과 단체로 합의해야 한다.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새벽 배송과 총알배송 서비스에 길들여져 있는 소비자들의 가격 인상 저항도 만만찮을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칫솔 한 개도 망서림없이 배달을 시킨다. 그 기저엔 택배기사들의 값싼 노동력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만 마냥 이익 보겠다고 택배기사가 죽어 나가도록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그럴듯하고 생색내기 쉬운 대책에 머물러 있다. 택배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택배기사들은 “왜 정부가 굳이 물량과 구역을 조정하고 일하는 시간까지 줄여, 우리의 수입을 줄이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편, 고용노동부의 택배기사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택배기사 10명 중 8명은 주6일,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업무시간은 비성수기에도 12~14시간이 42.3%로 절반에 가까웠고, 10~12시간이 28.6%, 14시간 이상 일한다는 답변도 17.6%에 달해 응답자의 88.5%가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했다. 성수기에는 14시간 이상 일한다는 답변이 41.6%로 가장 많았고, 12~14시간 34.7%, 10~12시간 16.6%로 총 92.9%의 응답자가 10시간 이상 일했다.

 

업무시간 가운데 배송시간은 6~8시간(성수기 33.6%, 비성수기 39.0%), 터미널 대기시간은 3시간 이상(성수기 49.1%, 비성수기 39.8%), 분류 작업시간은 5시간 이상(성수기 62.6%, 비성수기 44.3%)이라는 답변이 각각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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