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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 막은 택시기사…도대체 왜?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0-07-06 08:42:44
  • 수정 2020-07-10 16: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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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료 택시기사들 “비난받아 마땅하지만…평소 사설 구급차에 불신 높아”


구급차를 막아 위독한 환자의 이송을 지연시킨 택시기사를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3일 만에 5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인터넷에는 이 택시기사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판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같은 동료인 택시기사들은 구급차를 막아선 택시기사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도 아마 평소 사설 구급차에 대한 불신이 높아 이런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6일 택시기사들에 따르면 이번에 택시기사가 막아선 구급차는 119가 아니고 돈을 받고 병원에 환자를 이송하는 사설 구급차로, 평소 사설 구급차에 대한 택시기사의 불신과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설 구급차는 급하지도 않은데 경광등과 사이렌을 켜며 교통법규 위반을 다반사로 한다는 게 택시기사들의 주장이다. 심지어 환자를 태우지도 않고 빈차로 다니며 과속, 난폭운전을 일삼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구급차라고 해도 경광등과 사이렌은 응급상황에서만 켤 수 있다.


사설 구급차는 환자를 병원에서 병원으로 이송하거나 요양병원으로 이송하는 경우에 주로 이용된다. 이 경우 응급상황은 아니며,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이송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게 택시기사들의 말이다.


서울의 개인택시기사 A(67)진짜 응급환자들은 대부분 신속하고 무료 이용이 가능한 119 구급차를 부른다그냥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사설 구급차는 십중팔구 비응급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택시기사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깊숙이 살펴보면 사설 구급차들의 잘못된 행태가 이번 사건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김모(46)씨의 말을 들어보더라도 사설 구급차에 대한 택시기사의 불신이 그대로 드러난다. 청원인은 택시기사가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 “너 여기에 응급환자도 없는데 일부러 사이렌 켜고 빨리 가려고 하는 것 아니냐”. “환자는 119 불러서 보내면 되니, 사고 처리 먼저 하고 가라며 한사코 구급차 앞을 막았다고 밝혔다. 택시기사는 구급차 뒷문을 열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택시기사의 언행은 같은 택시기사라도 이해하기 힘들다. 서울의 D회사 소속 택시기사 B(59)그냥 병원까지 따라가서 환자를 내려주고 일을 처리했어도 충분한 상황인데다 요즘은 블랙박스가 있어서 굳이 차를 세워놓고 사건을 처리할 이유도 없는데 너무 황당하다도덕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구급차를 막은 택시기사는 강동구의 한 택시업체 소속이었다. 사고 당시 입사한 지 1개월이 채 되지 않았던 그는 사고 2주 만인 지난달 22일 퇴사했다. 해당 택시기사가 신입이어서 사고가 났을 때 차를 그냥 보내면 자기가 다 뒤집어써야 한다고 잘못 생각한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교통사고가 나면 택시기사들이 부당하게 보험금을 타내는 방식으로 이익을 본다는 얘기도 있지만, 사고로 인해 이득을 보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게 택시기사들의 주장이다. 법인택시 기사의 경우 사고가 발생하면 회사에 보고하고 보험 처리를 하느라 매일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을 벌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해당 국민청원은 5일 오후 6시 현재 참여인원 50만명을 넘어섰다. 청원 내용을 보면 지난달 8일 오후 315분쯤 서울 강동구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인근의 한 도로에서 구급차와 택시 사이에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차량인 택시기사는 사건 처리를 요구하며 구급차 앞을 막아섰다. 구급차 운전자가 응급환자가 있으니 우선 병원에 모셔다 드리자고 했지만 택시기사는 반말로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며 한사코 구급차 앞을 막아섰다고 청원인은 밝혔다.


이어 응급차에 함께 탔던 아내가 택시기사에게 사고 처리는 블랙박스에 찍혔으니까 나중에 해도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택시기사는 시종일관 환자는 119 불러서 보내면 되니, 사고 처리 먼저 하고 가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택시기사와 구급차 운전자 간에 약 10분간 실랑이가 이어졌고, 김씨는 119 신고를 통해 사고 현장에 도착한 다른 구급차에 어머니를 태워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김씨의 어머니는 이날 오후 9시쯤 응급실에서 사망했다.


청원인은 구급차를 막은 택시로 인해 어머니가 숨졌다.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기사를 처벌해달라며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렸다. 파문이 확산되자 서울지방경찰청은 강동경찰서 교통과가 수사 중인 이 사건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외에 형사법 위반과도 관련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같은 경찰서 형사과 강력팀 1곳을 추가로 투입했다.


교통과와 형사과의 합동 조사 결과에 따라 택시기사는 엄중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문철 변호사는 택시기사에게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만약에 그 택시기사 때문에 돌아가셨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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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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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wlee2020-07-20 06:53:19

    택시기사들 다 그런거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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